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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국제 고딕 양식: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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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역사11]  국제 고딕 양식 (International Gothic Style)은 14세기 말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부르고뉴 등 유럽 각지의 문화를 서로 교환하면서 생성된 미술로서 중세시대에서 르네상스 시대 사이의 과도기적 미술 양식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는 중세의 기독교 중심의 미술 양식이 여전히 존재했으나 서서히 인간 중심적인 미술로 변화했다. 국제 고딕 양식은 알프스 이남의 주로 이탈리아에서 성행했으며 당시 이탈리아는 작은 도시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도시국가였다.

오늘은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 1284-1344)의 대표작인 <수태고지 Annunciazione tra i santi Ansano e Margherita>를 살펴보자.

< 수태고지 >- Simone Martini (1333),  템페라화 ,  피렌체   우피치   미술 관

마르티니가 활동했던 시에나 도시는 비록 작았지만, 사회가 안정되었고 도시가 균형적으로 발전되었으며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는  스승 두치오로부터 공방 미술 시스템으로 그림을 배웠으며 두치오가 발전시켰던 입체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우아한 표현과 평온한 분위기를 그림에 더하면서 이 기법의 효과를 증대시켰다.

시모네 마르티니의 대표작인 수태고지(受胎告知)’란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임신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장면을 표현한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릎을 꿇고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뭇가지를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며 가브리엘 천사의 입부터 마리아의 귀까지 글귀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아베 그라티아 블레나 도미누스 테쿰 (평안하여라. 은총을 가득 받은 이여,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금박 부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마리아의 표정은 당혹스럽게 긴장하며 온몸을 젖히면서 입술은 뽀로통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는 모습이다. 한 손은 보호 본능으로 목에 가 있으며 온몸을 따라 입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옷과 신체의 유연한 윤곽을 우아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마리아 앞에 갓 내려앉은 천사 가브리엘의 두 날개는 아직 접지도 않았고, 체크무늬의 망토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품격 있는 몸매로 무릎 꿇은 천사의 손가락은 화면 중앙 상단에 그려진 비둘기로 향해 있고,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한다, 비둘기를 둘러싼 아기천사로 이루어진 장식은 성령의 임재를 암시한다. 그림의 중앙의 위치에 있는 백합화는 처녀성을 상징하며 확고하게 서 있다. 마르티니는 성모 마리아를 틀에 박힌 종교적 도상에서 탈피하여 두려움으로 움츠리고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교회와 화가들의 높은 관심을 가지며 수태고지와 관련된 작품 수만 해도 120여 개에 이르지만, 이 그림이 가장 아름다운 <수태고지>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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