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

[미술의 역사47]

화가의 어머니                                                            

인간이 지닌 감정 중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미술 역사상 어머니를 그린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무엇일까? 1872년에 완성된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의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 1번(Arrangement in Grey and Black No 1)’이다. 이 초상화는 원제목보다는 ‘화가의 어머니’ 또는 ‘휘슬러의 어머니’로 더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자식이 화가로서 성공하기를 열망했던 제임스 휘슬러의 어머니가 실제 모델이 된 그림이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 ,  휘슬러의 어머니 (Arrangement in Grey and Black No,1871),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 144.3㎝×162.4㎝

미국 정부는 1934년 어머니의 날을 맞아 이 그림을 사용하여 기념 우표를 발행했을 만큼 휘슬러의 어머니는 ‘미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가난한 살림에도 어린 휘슬러의 그림 재능을 일찍 알아본 어머니인 안나는 휘슬러를 러시아의 황실 미술학교에 입학시켰으며 파리 유학도 보냈다. 그러나 파리에서 그의 그림이 혹평을 받아 도망치듯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런던에서도 그는 그림을 그려 파리 살롱전에 출품했으나 또 다시 혹평을 받는다. 얼마나 실의와 좌절에 빠졌을까? 아들을  찾아온 휘슬러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휘슬러는 지나친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 원망으로 찬 증오심으로 회색과 검정색으로  표현하며 이 그림을 4주 만에 완성했다. 그림 속 어머니는 검소한 검정 드레스를 입고 있는  늙고 야윈 모습이다. 성경 위에 손을 단정하게 얹고 의자에 앉아 있으며 인자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정면도 아니고 측면의 모습으로 차갑고 근엄한 모습이다. 실내에는 무채색 계통의 회색을 주로 사용하며 액자 하나만 벽에 걸려 있다. 이 그림은 뜻밖에도 영국 왕립미술 아카데미에 출품 전시되자마자 화단에서 호평이 쏟아져 휘슬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은 희생적이며 강인하다.사람들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색과 구도의 조화가 아니라 어머니였으며, 낡은 검정 드레스를 입은 그림 속 어머니의 신앙심과 검소한 모습에서 자신의 어머니처럼 느껴져 감상하는 이에게 가슴 저린 감동을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