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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반 데르 베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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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역사18]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북유럽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플랑드르지방(현재 벨기에의 서부,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지역)으로서 북유럽 고유 특징을 가진 르네상스 미술이 번성하였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탐미적이고 귀족적인 남유럽의 르네상스가 주춤하면서 새로운 미술의 중심이북유럽의 미술은 고딕미술의 주요 개념들을 새로운 사실적인 양식으로 바꿈으로써 근대 미술사에 큰 공헌을 하였다.

오늘은 15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Rogier van der Weyden, 1399-1454)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작품을 감상해보자.

(1435-40년경, 262x220cm, 패널 위의 유화,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이 작품은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걸작으로 꼽히며,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갖는 슬픔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고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은 벨기에 남서부 에노주 투르네에서 태어나 신진 계급인 상인과 공인 계급의 유복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426
투르네에서메스트르 로히르 파스튀르라는 예우를 받았고, 화가인 캉팽의 화실에서 일하며 세밀한 사실주의를 배웠다. 그리고 그는 브뤼셀의 대표화가로서 15세기 중엽에 국제적 명성과 함께 크게 주목받던 중요한 예술가이다이 그림은 ‘트립틱(triptych)’ 곧 세 부분으로 구성된 제단 장식화 중 가운데 패널화이며 루벤의 성벽 외곽에 위치한 성모성당 내의 한 예배실에 제단화로 그려졌다.

우선 작품의 중앙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시신이 있다. 고통스럽게 죽임을 당한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장면은 성경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절망스러운 장면일 것이다. 비록 가시 면류관이 고통과 다섯 군데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비극을 암시하지만, 그리스도의 시신은 인체의 곡선과 흰색 린넨 천을 통해 그 숭고한 아름다움을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그림의 왼쪽 하단에는 통한 눈물과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쓰러져 있는 마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자세히 살펴보면 기절하는 성모마리아 자세와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자세가 같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모자지간의 각별한 정을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마리아가 입고 있는 드레스의 군청색이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의 머릿수건과 어울리면서 마리아의 비통함을 돋보이게 한다.

 아들의 죽음앞에 기절한 성모마리아 모습
클레오파스의 마리아의 눈물

 

이 흰색은 그림 전체에 균형과 조화의 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왼쪽에서 쓰러지는 마리아를 부축하는 사람이 성 요한, 그리스도의 양옆으로는 그리스도의 몸을 부축하는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자신의 리넨 천으로 그리스도의 발을 잡고 감싸는 니고데모로가 있다. 게다가 니고데모로 옆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입을 다문 채로 통곡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우리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성스러운 순간을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유화 기법으로 인물의 개성과 내면 곧 감정 상태까지도 그리는 화가인 반 데르 베이덴은 15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로서 성숙한 플랑드르 미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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