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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랭부르형제의 '별자리가 그려진 그림 달력'

[미술의 역사13]

랭부르형제의 별자리가 그려진 그림 달력                                                        

지금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변화되었던 것보다 더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는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매일 체험한다. 필자는 하루의 시작을 구글 캘린더의 스케줄을 보며 계획한다. 구글 캘린더 또는 다른 캘린더 앱들은 시간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편리한 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름다운 그림을 포함하고 있는 종이 달력이 그리운 것은 왜 그럴까?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 (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랭부르 (Limbourg)  형제

오늘은 15세기 초 유럽 최고의 화가 랭부르형제 들이 그린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기도서>의 그림 달력을 소개한다.

15세기 프랑스 회화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히는 이 그림 달력은 랭부르 삼 형제가 1410년경부터 그렸다. 먼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베리공작, 기도서, 랭부르 형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장 드 베리 공작(Jean de Berry· 1340~1416)은 프랑스 국왕 장 2세의 아들이자 샤를 5세의 남동생으로 막대한 영지를 거느린 자산가로서, 그의 영지가 당시 프랑스 영토의 1/3에 달하며 그 위세가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는 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했으며 자신의 취미생활에 많은 돈을 사용했고, 사후에 열일곱채의 성과 수많은 필사본 및 보석과 함께 많은 재산을 남겼다. 기도서란 가톨릭에서 평신도가 성직자처럼 개인적으로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기 위한 기도문과 성가등을  중심으로 제작한 것으로 특히 중세 말에 유행했다. 랭부르 3형제(Pol, Herman, Jean) 15세기 플랑드르의 미니아튀르(miniature, 종교서적의 삽화나 장식 세밀화) 대표적인 화가들로서, 프랑스 귀족 베리 공에게 고용되어 기도서 제작에 몰두하였다. 이 기도서는 1월부터 12월까지의 자연풍경과  농민의 생활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2월 달력 그림은 겨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걸작으로 꼽힌다.  2월의 별자리는 물병자리로서 눈이 온 농가를 배경으로 겨울을 나는 농민들의 삶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실내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벽을 제거하였고, 불 앞에 앉아 속옷까지 보이도록 치마를 들어올린 여인은 눈에 젖은 신발을 말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린 채 잠들어 있고, 오른편에는 외출했던 여자가 마치 얼어 죽을 듯한 모습으로 급히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다. 한 남자가 눈길에 당나귀를 끌고 물건을 팔러 언덕을 오르며 마을로 향하고 있고 푸른 웃옷을 입은 젊은이가 나무를 베며 땔감을 모으고 있다. 마당엔 벌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우리엔 양들이 가득하다. 저 멀리 마을과 교회가 보이며 농장은 평온하다. 살짝 어둑한 하늘과 발자국이 찍힌 눈길은 랭부르 형제의 세밀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 기도서는 귀족들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베리 공작이 소유했거나 그와 관계가 있었던 성의 모습을 배경으로 묘사하였고, 사계절의 변화와 자연스럽게 바뀌는 그림 속 인물들의 생활상을 아주 사실적으로 담았다. 특히 그림의 상단에는 월별로 다른 별자리 이미지가 반원 형태로 그려져 있어서 당대 사람들이 천체의 움직임과 더불어 일상과 자연의 순리를 하나로 호흡하며 우주와 인간의 삶이 순환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