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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리디아의 아트칼럼

보름달 뜬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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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뜬 밤 풍경     


김두량월야산수도’ 81.8×48.8cm 종이에 그린 수묵화.국립중앙박물관                                                   

수확과 풍요의 상징인 추석 명절 한가위 달은 한국인의 우주론, 세계관과 인생관에 걸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전통 한국 사회는달 중심론이라고 할만한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들은 달빛을 이야기할 때, 그 은은함이나 부드러움을 주로 이야기한다. 보름달처럼 어둠을 밝게 널리 비추고 둥글게 채우며 잘살도록 기원하기도 하고  달의 모양으로 송편을 만들어 대보름날이라는 날짜와 더불어 풍년을 비는 의식의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오늘은 보름달 뜬 밤 풍경을 그린 조선 영조 시절의 화원화가인 김두량(金斗樑, 1696 ~1763) 월야산수(月夜山水)’를 감상해보자.

김두량은 조선의 화가이며 자는 도경(道卿), 호는 남리(南里운천(芸泉), 본관은 경주이다. 그는 인물·풍속·산수에 매우 뛰어났다. 월야산수(月夜山水)그림의 왼쪽 위에갑자년 중추에 김두량이 그렸다(甲子中秋金斗樑寫)’고 적혀 있다. 당시 갑자년은 1744년이었고, 그해 추석 밤에 그렸다는 뜻이다. 273년 전의 보름달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 그림을 사이에 두고 수백 년의 시간이 겹쳐진다.

달빛은 햇빛과 다르게 어둠과 함께 있다. 달빛은 어둠을 몰아내기보다는 어둠 일부를 밝힌다. 어둠 한가운데서 어둠과 함께 공존하여 달빛이 신비주의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네 삶도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 버렸을 때 비로소 떠오르고 가득 채워지는 것이 있듯이 그림 속 둥근 보름달이 그렇다. 그는 달을 그리기 위해달을 그리지 않는 것을 택했다.

대신 달무리처럼 언저리에 자연스러운 테를 둘렀다. 주변 배경을 뒤로 밀어내고 동그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홍탁(烘托)의 기법이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이라는 말이 있다. ()이라는 글자는부풀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구름을 퍼뜨려서 달을 끌어낸다는 말이홍운탁월이다. 달을 그리되, 달을 먼저 그리는 것이 아니다. 달 주변에 그윽이 달무리를 퍼뜨려 달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칠하지도 않았지만, 달빛은 발하고 그 아래를 비춘다. 흰 달에 색을 더할 수 없어 달 만 남겨둔다.

이 한 폭의 풍경화는 특정한 장소를 그렸다기보다는 우리네 마음속 풍경을 그린 관념 산수화이다.
없음에서 존재하고 있음에서 비워진 존재가 김두량의 월야산수(
月夜山水) 그림 속 달이요, 여백의 미다. 오늘 밤에 환하게 비취는 달을 보면 소리 내지 못한 소망 하나를 붙들어본다.

 by 리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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