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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쿠엔틴 마시스의 ‘대금업자와 그의 부인’

[미술의 역사 30]

쿠엔틴 마시스대금업자와 그의 부인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은 돈이다. 꼭 이루어야 할 꿈과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면 돈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오늘 감상하는 16세기의 플랑드르 화가 쿠엔틴 마시스(Quentin Massys, 1464~1530)가 그린 ‘대금업자와 그의 부인’에서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의 원래 액자에는 “저울은 진실해야 하며, 중량은 같아야 하리라”라고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  쿠엔틴   마시스 (MASSYS, Quentin)  대금업자와   그의   부인 (The Moneylender and his Wife), 1514, Oil on panel, 71×68 cm, 루브르 박물관

그림을 보면 대금업자와 그의 부인이 저울에 진주와 보석, 주화의 무게를 달면서 혹시라도 오차가 없는지 살피고 있다. 왼쪽 고리대금업자 남자의  책상앞에는 금화가 수북이 쌓여있고 함량 미달의 가짜 금화라도 섞여 있는지 저울에 달아보고 있다. 얼마나 조심스럽게 저울을 재는지 그의 손에는 핏줄이 도드라지게 서 있.  남자가 들고 있는  맞 저울은  기원전 5세기부터 사용되었던 방식으로 가운데에 지렛대를 걸쳐 놓고 양쪽에 똑같은 크기의 저울판을 달아 놓았다.

오른쪽에 있는 그의 부인은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도서를 넘기면서 남편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의 앞에는 부를 상징하는 진귀한 물건들인 귀금속, 보석, 고급 유리병 등이 놓여있다. 책상 왼쪽에 벨벳 헝겊 조각 위에 놓여있는 진주는 담보물을 나타내며 남자의 직업을 암시한다. 뒤로 보이는 선반에도 유리병, 책과 여러 가지 서류 등이 보인다. 남자의 머리 위로 과일 하나가  보이는데 선악과를 뿌리치지 못한 인간의 탐욕을 암시하고 있다16세기 유럽에서는 그림의 모습처럼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상업이 발달하여 담보물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방식도 더불어 발달하기 시작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돈을 농민들과 상인들에게 높은 이율로 빌려주어 그들의 삶을 어렵게 했다이 그림을 그린 마시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로 아내의 손에 있는 기도서와 그 앞에 놓인 볼록거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펼쳐진 기도서 속의 성모의 옷은 대금업자 아내와 같은 붉은 계열의 색이고,  볼록거울에 비친 십자가 모양인 창틀과 창밖에 보이는 교회 종탑의 모습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돈에 대한 집착과 욕망에 대해 경계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글에 실린 명화는 리디아의 예술이야기유튜브 채널에서 감상 할 수 있습니다.